2017년 3월 휴학하고 SW Maestro활동과 스타트업 프로젝트 마무리를 진행하면서 점점 가용 시간이 늘어났다. 그래서 남는 내 에너지를 어디에 쏟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학교 커뮤니티인 인하광장에서 경디공 이라는 대학생 연합 동아리를 발견했다. 조금 재미있는 점은 원래 연합동아리의 경우 같은 전공이나 공학+디자인의 조합으로 좀 더 자신의 전공에 심화한 활동들을 하는 게 대부분인데 이 동아리는 전공 융합 이라는 키워드를 필두로 활동을 진행한다는 게 독특했다. 나도 기술을 어차피 회사 일을 하거나 다른 커뮤니티, 그도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독학할 수 있으니 시야를 넓히고자 이 동아리에 지원하게 되었다.
여느 동아리 활동들처럼 두 가지를 통과하면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지원자가 채워야 할 항목은 다음과 같았다.
위의 답변은 자소설닷컴 에 기록이 남아있는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1년이 지난 다음 봐도 나를 잘 설명한 글 같다. 하지만 바뀐 예명 Philographer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게 아쉽다. 다음에 지원할 땐 조금 바뀐 단어들이 들어갈 듯 (ex. 철학)
짧게 적어서 제출했다. 한창 SW Maestro 과정을 마무리해서 그런지 대충 적은 감이 없지 않다.
이 항목은 저 당시에는 프론트엔드를 한창 열심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렇게 적었나 보다. 지금은 인프라&백엔드&DevOps 쪽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
두 번째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는데 힘쓰는 편입니다. 개인의 전공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의사소통 능력을 늘리고 협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협업은 같은 전공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야의 사람들과 직접 부딪히며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디공 사람들과 함께 공모전에 참가하거나, 내부 활동들을 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고 싶습니다.
세 번째로, 인천에서 네트워크를 많이 꾸려가고 싶습니다. 인천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학교에 집중하기보다는 주로 외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천지역의 친구도 많이 없고, 공대생의 특성상 친구들은 거의 공돌이뿐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멋진 재능을 가진 친구들을 경디공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지만 세 번째 항목이 가장 큰 이유였다. 스타트업 활동과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활동이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으므로 왕복 2~3시간이 매일같이 사라지고 있었다. 따라서 이동시간을 최소한 줄이고 알찬 대학생 활동을 하고 싶기 때문에 지원했었다.
팀원으로 있는 경우라면, 우선 팀장에게 말합니다. 그렇게 해서 팀장이 팀원과 조율을 하게 되는데 만약 잘 안 된다면 팀원과 개인적으로 이야기해서 어떻게든 설득하는 편입니다. 현재 팀의 상황, 계속되는 팀원의 무임승차로 현재 팀에게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 이로 인한 프로젝트의 결과 등을 말해가며 설득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정확한 역할 할당과 설득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프리라이딩을 하는 팀원이 있었는데 아주 곤혹스러웠습니다. 프리라이더를 태우고서라도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완성되어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프리라이더를 제외하고 나머지 팀원들의 결속과 책임감을 유도하여 프로젝트를 완성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프리라이더에 대한 해결책 질문은 다른 기업 자소서나 동아리 자소서에서도 많이 적어봤고, 실제로도 겪어봤던 항목이었다. 따라서 솔직한 내 생각과 팀장으로서의 나의 경험을 풀어내었다.
면접은 경인 지역 대학생 활동답게 인천대에서 이루어졌다. 집에서 인천대까지는 약 40분 정도 소요되었기 때문에 미리 집에서 출발하여 지각하지 않고 도착하였다. 면접평가는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나와 같은 면접자 1명이 팀원으로, 랜덤주제가 적힌 종이쪽지를 2개 뽑는다. 그리고 팀원과 상의하여 그 2가지 주제를 합친 아이템에 대하여 5분간 피칭하는 방식이다.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이었다. 내 경우에는 환경 + 유아의 주제를 골랐다. 아이디어에 대하여 논의할 제한된 시간이 10분~15분밖에 되지 않아서 빠르게 가닥을 잡고 나갔다. 아이들의 옷은 아이가 금방 자라서 금방 쓸모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이들 옷을 서로 포인트를 가지고 서로 물물교환을 하는 앱을 빠르게 기획하여 피칭하였다.
첫 활동은 자신의 학과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지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내 경우는 “컴퓨터공학” 이란 학과에서 처음에는 “컴퓨터 공학 입문” 과목부터 시작해 구조,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등 여러 가지를 배우며 진로로는 어느 방면이 있다 정도로 소개했었다.
처음에는 사실 3기밖에 안 된 활동이라 탄탄한 커리큘럼이나 여러 가지 시스템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동아리가 매우 난해하였다…. 왜냐하면, 한가지 전공도 아니고 경상, 디자인, 공학이 서로 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경상 쪽은 경영, 경제, 무역학부의 학생이 있었고 디자인도 영상 디자인, 도시 디자인, 제품 디자인의 분야가 있고 공학도 전기, 전자, 컴퓨터, 인프라, 재료, 화학, 보안, 컴퓨터 등 매우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있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점차 매주 진행하는 전공&취미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적응하기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공대 친구들은 PPT와 팀플레이 지식이 많은 경상 친구들에게 대화하는 방법을 습득했고, 경상 친구들은 기술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디자인 친구들은 자신들이 상상하던 디자인이 기술적으로는 어떤 문제점이나 실제로 제품으로 판매했을 때는 어떤 이득과 손해가 있을지를 서로가 서로에게 배워나가는 장이 되었다.
지금 다시 후기를 적다 보니 조금 부끄러운 순간도 있었다. 동아리 시작 초기에 갈피를 못 잡아갈 때쯤 많은 인원이 동아리를 나갔다. 아무래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이 동아리를 계속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갔던 것 같다. 나 역시도 나갈지 말지 고민을 하던 그 학생들 중 하나였다. 내가 나가지 않았던 건, 그냥 중간에 포기하고 소위 말하는 “탈주”를 하기 싫었다. 그래서 이 동아리에 의미 부여를 하기 시작했다. 왜 내가 지원했고, 뭘 내가 이 동아리에서 얻어갈 수 있는지를 다시 돌이켜 보니 중간에 그만두기보다는 끝까지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팀의 프로젝트에서 팀장의역할 맡았다. 내가 스스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묶어놓는 역할이 되었으므로 책임감과 참여도를 올릴 수 있었다.
전공융합 동아리에서는 마지막 끝나기 전 최종 활동으로 전시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회비나 지원금을 모아서 전시장소를 대관, 컨셉이나 주제를 잡고 자기들이 원하는 프로젝트로 일반인들에게 오픈되는 전시를 진행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전시 주제는 우리를 빛나게 하는 것들 이었다.
우리 팀에는 운영진이 각 전공이 잘 섞이도록 팀이 짜여있게 되었다. 경영학과 학생, 디자인학부 학생, 컴퓨터공학 학생 2명, 재료공학과 학생 1명으로 팀이 구성되었다. 그중에서 컴퓨터 하는 친구와 경영을 공부하는 친구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팀을 작게 “바이오 피드백 게임”으로 분할했다. 그리고 남은 디자인, 컴퓨터(me), 재료공학 학생은 “심박 시각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가 정한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인간의 감정이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의 감정을 몸짓, 행동, 말 등으로 표현하며 이해하려고 한다.우리는 이런 감정의 스스로 표현의 매체가 시각적으로 눈으로 표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의 감정은 심박 수를 통하여 드러난다. 화나거나 흥분할 땐 빨라지고, 차분한 상태에서는 정적인 심박 수를 유지한다. 우리는 감정을 심장박동과 같이 여기고 시각, 청각, 촉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작품을 구상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은 다음과 같다. 보다 더 기술적인 내용은 추후 블로그 글로 설명할 것이다.
심심함에서 시작했으나 끝날 때는 많은 것을 느꼈다. SW Maestro 과정처럼 엄격한 심사기준에 맞춰서 들어오는 활동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한가지(컴퓨터) 전공을 가진 친구를 만나는 게 아니라 정말 다양한 전공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는 이렇게 많은 전공의 학생들을 모아두니 어디에 쓰려나…. 걱정이 많았다.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각 분야에 전문성을 출중하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체성이 모호했다. 하지만 점차 활동을 진행함에 따라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프로젝트와 스터디를 진행하니 컴퓨터 공부만 했을 때보다 넓은 시야가 보이게 되었다. 경상 입장에서는, 디자인 입장에서는, 그리고 또 다른 공학 입장에서는 이라는 서로 다른 피드백들을 주고받으니 더욱 아이디어가 creative 해지는 것을 많이 느꼈다.
이 활동이 끝났을 때 다시 나에게 한번 물어봤다. 1년 전 이 활동을 하기 전보다 나는 성장했을까? 물론이다. 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 경디공을 후배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라는 이야기로 글을 마친다.